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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설계사 급증… “수당만 챙기면 된다(?)”
[2009-04-03 17:52:00]
 
과열 스카우트·모집수당 선지급, 영업질서 망친다
철새설계사 급증… “수당만 챙기면 된다(?)”

지난해 9월 교차판매가 시행되고 설계사 스카우트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는 이른바 ‘철새설계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설계사가 타 회사로 옮겼을 때 따라 옮겨가는 ‘승환계약’의 제재금 부과기간을 6개월에서 9개월로 확대하자는 방안이었다. 이는 설계사 이동이 잦아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남에 따라 시행된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철새설계사’들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철새설계사들의 실태를 되짚어보자.

평생 재무설계를 도와주겠다던 보험설계사에게 목돈을 들여 변액보험을 가입한 정모씨(55)는 최근 자신의 보험설계사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정씨는 “일대일로 자산설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사고가 났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비싼 보험료를 감수하면서 설계사에게 보험을 들었는데 담당자가 없어졌다니 속상하고 보험사에 배신감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설계사 입장에서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보험사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계약자 입장에서는 보험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관리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게 되고 고객정보의 변동사항 등에 대한 업데이트가 잘 이뤄지지 않아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보험사를 옮기면서 보험계약을 함께 이동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일부 설계사들이 실적을 위해 고객들에게 기존의 보험을 해약하고 새 보험사로 갈아타도록 설득하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은 그 특성상 장기간에 거쳐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중도 해약하게 되면 돌려받는 돈이 줄어들게 된다. 보험사 역시 설계사를 붙잡기 위해서는 수당을 올려줄 수밖에 없어 비용이 늘어나고 급기야 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FY2008 상반기 생보설계사 13월차 정착률은 지난 2007년보다 1.2%p 하락한 40.3%였다. 10명 중 6명이 1년 내에 다른 보험사로 옮겨가거나 그만둔 것이다. 또 13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은 79.8%로 2007년 대비 1.9%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보험 서비스의 질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철새’ 보험설계사로 인한 피해가 걱정된다면 설계사 정착률이 높은 보험사를 선택하고 우수인증설계사 자격을 보유한 설계사를 골라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설계사 정착률이 높은 회사일수록 설계사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보험협회에서 인증하는 ‘우수인증설계사’는 한 보험회사에서의 활동연수가 길고 계약유지율도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등 고객서비스의 질이 높은 설계사에게만 부여되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에서 설계사가 퇴사했을 때 담당 고객을 다른 설계사에게 관리를 대신 맡기는지 확인하는 것도 피해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한 중소 생보사 관계자는 “각 보험사들이 설계사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 또한 결국 비용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구조적으로 업계 내에서 합의를 통해 해결하기란 어려워 정부 및 감독당국의 적절한 제도적 조치가 요구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감독당국, 설계사 수당 지급에 대한 기준 세워야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교차판매를 전후해 설계사 스카우트전이 가열되면서 ‘모집수당 선지급’을 실시하고 있다. 선지급은 계약에 따른 모집수당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 2년치까지 한꺼번에 미리 주는 것이다. 이 같은 선지급이 늘어나면서 거액의 수당만 챙기고 다른 회사로 옮겨가는 ‘철새설계사’가 증가하자 보험사들은 담당자를 잃어버린 ‘고아계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객과 설계사 간 모집수수료 나눠먹기, 고객 소개에 대한 리베이트 지급 등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보험설계사가 받는 선지급수당에 대해 계약 이행 여부를 보증하는 ‘이행보증보험’에서도 확인된다. 서울보증보험에 따르면 지난 2006년 99억원이던 보험수당 관련 이행보증보험 보험료는 지난 2007년 189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 중에는 9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통상 1년에 걸쳐 매달 나눠 지급하는 보험설계사 수당을 미리 지급하는 선지급수당이 시중의 철새설계사들을 양산시키는 내부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선지급수당 문제는 보험사 영업일선의 설계사들로부터 꾸준하게 제기돼 온 문제이지만, 이러한 채용관행이 업계 전체로 퍼지게 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선지급수당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료의 초회분 납입으로 잔여회분 납입을 의제해 이에 대한 수당을 보험설계사에게 준다는 데 있다. 이로써 보험설계사에게는 단 한건의 계약으로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영업조직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쉽게 채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식으로 기대해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삼모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바로 이 선지급수당을 받아 챙기고 다시 다른 보험사로 옮겨가 다른 행태를 다시 보이는 설계사들이 ‘철새’ 행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계사 신용등급하락, 사업비 과다 초래

실제 이 선지급수당은 영업조직과 설계사에게는 부메랑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계사에게는 신용등급하락, 조직에는 막대한 규모의 ‘사업비 과다’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매니저·지점장 등 일선 영업관리자들은 선지급수당 환수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설계사에게 ‘환수동의서’를 따로 제작해 서명을 받고 있으나 환수는 쉽지 않다. 또 환수 방법 중의 하나로 고안된 이행보증보험은 설계사들이 속한 지점이나 보증보험사 등에 2차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 이행보증보험 덕분에 설계사로서는 ‘선지급수당 부채’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에서 조금 멀어져 있다. 이행보증보험에 가입돼, 보증보험사로부터 이행요구가 오더라도 분납(分納) 신청이 가능하다. 이행요구기간동안은 결제행위를 할 수 없지만 분납신청기간동안은 이것이 풀리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신계약을 따내고 이에 대해 선지급수당을 받는 행태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것.

결국 과거 선지급수당이 생·손보 지점과 본사의 문제였다면 현재는 보증보험사의 문제로 전가됐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다. 문제는 선지급 수당체계가 개별사의 고유 정책이라는 점이다. 각사별 자율화된 내용이다보니 금융감독당국이나 여타 기관에서 이를 제재하기는 곤란한 ‘계륵’이 됐다.

따라서 감독 당국 차원에서 단순비교가 가능하도록 설계사 수당 지급에 대한 보편타당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옳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당 지급항목을 기본급, 관리수당, 복지수당, 계약수당 등으로 세분화해 단순비교를 가능하게 하고 고객관리에 대한 보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이직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며 “특히 고객관리에 대해 관리수당을 주되 이 부분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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